결혼 후, 다시 호텔을 찾게 되는 이유

여행을 갈 때마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모텔은 같은 곳을 두 번 가본 적이 없다.
반면 호텔은, 같은 지역에 다시 가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같은 곳을 자연스럽게 다시 예약하게 된다.

그런데 이 습관은 원래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결혼 전, 연애하던 시절이나 혼자 여행을 다니던 때를 떠올려보면
오히려 모텔이나 펜션을 더 선호했다.
호텔은 비싸고, 잠만 자고 나올 숙소로는
어딘가 과한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결혼 전 여행의 하루를 떠올려보면
숙소에 머무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체크인은 오후에 가능했지만 실제로 숙소에 들어가는 시간은 늦었고,
밤늦게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새벽이 되어 잠들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 씻고 나오는 정도였다.
이 시기 여행 일정에서 숙소에 대한 기억은 공백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숙소를 바라보는 감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처럼 “어디서 잘까”가 아니라,
이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해도
마음이 놓이고 편안한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여행 중 숙소에 체크인하는 시간은
일상에서 퇴근 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과 닮아 있다.
잠이 드는 순간까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아침을 맞이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과정 역시
가족들과 보내는 일상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쓰이는 시간대가 달라지면서
숙소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변한다.
모텔에서 호텔로,
펜션에서 리조트나 콘도형 숙소로
선호가 이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변화는 취향이 바뀌어서 라기보다,
그 공간에 시간을 맡기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깝다.

물론, 가성비를 기준으로 보면
취사가 가능한 숙소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같은 비용으로 더 넓은 공간을 쓰고,
숙소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여행을 계획할 때
펜션이나 리조트, 콘도형 숙소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 일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이런 감각이 찾아온다.
장보기, 요리, 설거지, 정리.
여행지에 와 있지만
다시 집안 살림을 하고 있는 느낌.
공간은 넓어졌지만
신경 써야 할 일들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이럴 때 숙소 선택의 기준은 다시 움직인다.

호텔의 편안함은
시설 때문이라기보다
머무는 동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에 가깝다.
저녁을 어떻게 해결할지,
공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에 머무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여행에서는
가성비보다 이 감각이 더 중요해진다.

숙소 선택은
어디가 더 좋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 여행에서
어떤 걱정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지를
가늠해보는 과정에 더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순간,
다시 호텔을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코멘트

“결혼 후, 다시 호텔을 찾게 되는 이유”에 대한 2개 응답

  1.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네요! 결혼 후에는 확실히 호텔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멜로디

    1. 공감 해주시니 보람을 느낍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yub4106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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